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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픽션

검은 꽃(김영하): 우리가 잊고 있는 아픔에 대하여

by __!!!! 2020. 8. 18.

[밀리의 서재] 김영하-검은 꽃

 

Intro: 평점/간단 소개

 

2014년에 발표한 김영하의 소설이 밀리의 서재에서 다시 출간되었습니다.

 

작가 스스로 '만약 내 소설 중 단 한권만 읽어야 한다면 '검은 꽃'이라고 말한 바 있는 장편소설로 

동인문학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죠.

 

이 책을 읽으면서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난 것은 

우리나라 근 현대 거시적 역사 그 이면의 개개인의 미시적 역사들.

그것들이 모인 대 서사시라는 장르의 비슷함 때문일까요?

 

(2020년 8월 17일 완독)

1. 나만의 평점: 4.9/5. 이불속에서 편하게 읽어 내려가는데 조금 황송한 느낌.

 

2. 간단 줄거리:

 

1905년. 대한제국이라는 나라가 사라지기 직전, 조선의 삶에 지치고 상처 받은 다양한 사람들은 멕시코로 향하는 배에 올라탄다. 그 시절 멕시코로 떠한 한국인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장편 소설.

작가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해 멕시코와 과테말라로 떠나 자료를 모으고 현지 답사하며 그곳에서 집필을 시작했다고 한다. 

 

'검은 꽃'의 의미

책을 덮고 깨달았다. 소설 속에 '검은 꽃'이 등장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거기서 더 나아가 드는 생각.

살면서 '검정색 꽃'은 본 적이 없다는 것!

 

과연 검은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원고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부터 '검은 꽃'의 이미지가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검은색 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죠.

동시에 세상의 모든 꽃을 섞어야 나오는 색이기도 해요.

저는 그런 의미에서 '검은 꽃'이 정체성의 상실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책에 나오는 11명의 데스페라도(무법자), 인간 존재 일반의 운명과 같은 맥락이기도 하고.

 

- 김영하의 '검은 꽃' 인터뷰 중에서

 

작가의 설명을 들으니 알 것도 같다. 

 

국민을 더 이상 지킬 수 없는 이름뿐인 나라. 대한제국의 국민들은 멕시코에 가서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다.

노예 생활로 인해 까맣게 변해거린 얼굴과 손.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그러나 분명히 존재했던 그들 개개인의 역사가 검은 꽃처럼, 

김영하의 책을 통해 적어도 하나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먼저 읽어 주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종이책 구입은 여기

검은 꽃
국내도서
저자 : 김영하(Young Ha Kim)
출판 : 복복서가 2020.07.20
상세보기

 

좀 더 길게 쓰는 줄거리

 

1905년.

임금을 받지 못해 굶어죽게 생긴 구식 군인들. 무당. 노비. 보부상. 천주교 신부. 몰락한 왕조의 내시.

심지어 왕의 형제까지.

총 1033명의 조선인들이 '일포드 호'라는 배를 함께 타게 된다.

답답하고 무너져만 가는 조선.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그들에게 큰 바다 건너에 있다는 '멕시코'라는 나라는 이전에 살지 못한 꿈을 이루어 줄 

약속의 땅처럼 느껴진다.

소설만 읽어도 역한 냄새가 나는 것만 같은 배의 화물칸에서 치열하게 버티며 도착한 멕시코는

그들을 열렬히 환영한다.

 

값싼 노예들이 도착했으니까!

 

멕시코의 농장에서 그들은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갖은 고생을 하며 그 시간을 버틴다.

개 돼지처럼 취급받는 삶. 아무리 일을 해도 하루 먹을 옥수수를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

긴긴 시간을 버텨 농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을 때에도

조선으로 돌아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와중에 멕시코와 과테말라에서는 혁명이 일어나고

그들 중 몇은 용병이 되어 다른 나라의 혁명을 위해 게릴라전을 펼치며 죽어간다. 

 

 

 

나만의 감상

 

얼마 전 해방 직후, 위안부 여성들이 연합군에 의해 구출되는 장면을 찍은 동영상이 칼라로 복원되어 공개되었다고 합니다.

만삭의 어린 여성. 온몸과 얼굴이 피투성이.

 

우리는 우리 근현대사의 이러한 사실들을 직면할 때마다 분노하고, 눈물을 흘립니다.

 

김영하의 검은 꽃 역시 저에게 우리 역사 곳곳에 박힌 검은색 멍처럼 다가옵니다.

수많은 시커먼 멍들 중에서 그저 한 점 으로요.

 

작가가 수많은 단어와 문장들로 풀어나간 이 장편소설 속 사람들의 삶이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점 하나의 존재조차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에 먹먹해졌습니다.

 

약한 나라에서 태어나, 가장 연약한 계층으로 버티는 그들의 이야기를 우리가 이제와 서라도 읽어주는 일.

그게 유일하게 제가 해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주 상세한 스포 글을 쓰지 않았구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읽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의 삶을 기억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을 곱씹으며 슬퍼해 주는 일 외에. 지금의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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