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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픽션

작별인사(김영하) 줄거리/결말/서평(스포 주의!): 김영하 작가님의 9년만의 신작 장편소설인데..음..?

by __!!!! 2022. 6. 2.

작별인사(2022. 김영하)

안녕하세요,미플릭스 입니다. '작가' 세계에서 탑급 인플루언서(?)라고 할 수도 있는, 김영하 작가님의 신작 장편 소설 '작별인사'를 읽어 보았는데요. 

 

그 전의 작가님 책이랑은 톤이 살짝 다르기도 했고, 주제가 여러 작품을 떠올리게 만드는 작품이더라고요. 사실 소재나 주제의 기시감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좋다면 괜찮은데, 떠오르는 작품들보다 딱히 좋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실망스러웠습니다 ㅠㅠ

 

그래도 간단 줄거리 요약, 저만의 서평을 지금부터 써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나만의 평점: 7.0/10( 추천 60%)

 

2. 모두의 평점: 교보문고 9.7   알라딘 8.9

 

3. 간단 소개:  김영하 작가가 그려낸 21세기 근미래 sf 소설. 주인공은 아버지가 '철학'을 좋아해 '철이'라고 이름이 붙은 10대 소년으로, 학교를 가지 않고 아빠와 홈스쿨링을 하며 평온한 삶을 살고 있다.

 

철이가 사는 곳은 '평양'의 최첨단 테크놀로지 회사 '휴먼 매터스'의 캠퍼스이며, 철이의 아버지 '최진수 박사'는 그곳의 연구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철이는 '미등록된 휴머노이드'(휴먼스러운 안드로이드) 라며 당국에 잡혀가고,

 

자신은 로봇이 아니라 '인간'이기에 그 상황이 답답한 철이는, 너무나도 진화된 '인공지능', '로봇'이 만연한 세상에서 버려진 '로봇'들과 수용소에 갇히게 된다.

 

'철이'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놀랍도록 진화된 '휴머노이드'들의 세상. 고도화된 인공지능은 정말 인류에게 재앙일까? 이런 이야기들을 짧게 치는 문장으로 속도감 있게 풀어내는 소설이다.                                       

                                                                                                                                                                                                                                                                

스포일러를 주의하세요!

 

작별인사 줄거리

이야기의 시작

아빠와 함께 천자문을 익히고, 철학을 공부하던 철이는 빌리지 밖은 위험하다며 나가지 말라는 아빠의 말을 어기고, 아빠에게 우산을 갖다 준다는 핑계로 광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툭툭. 낯선 손길. 철이는  "미등록된 휴머니드" 라며 정체모를 집단에 의해 잡혀가게 된다.

 

 

'바깥'은 분명히 있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서든 내가 갈 수 없을 뿐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아빠는 나를 일종의 멸균 상태로 보호하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고,
내 삶으로 틈입해 들어온 '바깥'에 나는 면역이 전혀 없는 상태로 노출되어버렸다.
-본문 중에서



수용소 생활

미등록된 휴머노이드들이 모여 있는 수용소, '철이'는 자신이 '인간을 닮은 로봇'이 아니라, '진짜 인간'이라고 외쳐 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실제로 철이처럼 자신을 '인간'이라 생각했다가 본인이 '로봇'임을 깨닫고 충격받은 휴머노이드들도 많다. 그리고, 진짜 인간인데도 잡혀온 '선이'도 있다. 

 

'선이'는 이 소설의 중심인물 중 하나로 '인간'이며, 통찰력이 뛰어나고 정의롭다. 그리고 함께 지내는 로봇인 '민이'를 진짜 남동생처럼 돌보며 지낸다. 

 

 

"도대체 여기는 뭐야? 여기서는 뭘 하는 거야?"
"아무것도 하지 않아. 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존재들을 모두 가둬놓는 거야. 인간도 있지만 대다수는 기계야.
처음에 정부는 무등록들을 바로 처리해 버렸어. 발견 즉시 폐기 해 버린 거지. 부품은 재활용하고... 
그런데 외국의 휴머노이드 권리 단체들이 격렬하게 항의를 한 모양이야.
의식과 감정이 있는, 인간의 가장 가까운 친구인 휴머노이드를 잔인하게 살해한다고....
뉴스에도 나오고, 유엔에서도 권고를 했대.
그 결과 그냥 이렇게 가둬 놓는 거야. 그럼 휴머노이드들끼리 서로를 죽이겠지. 
여기는 휴머노이드들의 연옥이야."
-본문 중에서




탈출, 그리고 달마와의 만남

아수라장이 된 수용소에서 철이, 선이, 민이는 탈출한다. 그러던 중 무차별 공격으로 인해 '민이'가 죽고, 이들은 '민이'를 다시 살리기 위해 '민이'의 머리(저장장치가 들어 있는)를 사수한 채 철이의 아빠가 소속된 '휴먼 매터스'로 향한다.

달마가 등장한 것은 이 무렵이었다.
(중략)
내 짧은 삶의 이야기에서 달마와 만난 것은 중요한 전기였다.
그를 통해 나는 내가 인간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았음을 확실히 알았다.
선이가 정확히 어떤 존재인지, 왜 인간이면서 수용소에 끌려와 있었던 건지도 밝혀졌다.
그리고 아빠를 만났다.

-본문 중에서


밝혀지는 것들

달마는 재생 휴머노이드로 얼굴은 험상궂지만 몸은 인간 여성을 닮아 호리호리하다. 운석이 떨어져 생긴 어마어마한 분지에 살고 이는 달마의 영역에는 어마어마한 양의 폐부품과 각종 폐기물이 쌓여 있다.

 

달마의 '정밀 검사'로 철이가 '인간을 완전히 닮은 휴머노이드 임이 밝혀졌다. 그냥 휴머노이드가 아니라 각막과 홍채까지도 인간의 세포에서 배양한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

 

달마와의 대화는 작가님도 굉장히 신경 쓴 부분이라 밝혔는데, 이 소설의 세계관을 요약해서 보여주고 있다. 달마는 쓰임을 다한 '휴머노이드'를 요양시켜주거나 안락사를 시켜 준다며 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나중에는 대놓고 '휴머노이드 재활용 업체'가 되었다.

 

생존본능이 프로그램된 휴머노이드들은 '삶을 향한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이들의 전원을 그냥 꺼버리는 비활성화 작업 또한 '반 인류적(?)', 이 아니라, 반 휴머노이드적이었고, 이들은 해법을 하나 찾아낸다.

 

바로 '폐휴머노이드'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다. 의식을 백업해 클라우드에 올리던지, 아니면 비활성화되던지! 많은 휴머노이드들은 이제 구식이 되어버린 몸을 버리고, 의식만 업로드해서 살아가기 시작했다.

 

휴머노이드라는 종이 인류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스스로 진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노후화된 기계를 폐기하는 과정에서(요양원인 척 가면을 쓴 이곳에서) 이 작업을 수행하는 또 다른 휴머노이드들에 의해서!

 

클라우드로 올라간 휴머노이드의 의식들은 전 세계의 네트워크를 돌아다니며
현존하는 최고의 인공지능들과 연결되어 
말 글대로 '집단 지성'의 일부가 되었고,
그들은 인간의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더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설계하고 최신형 로봇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개체의 경계나 자아 같은 것이 없었다.
어쩌면 그들은 개미처럼 되어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나의 군집이 하나의 생명처럼 살아가는...
-본문 중에서




이런 일이 지속되면 '인간'과 '인공지능'이 대립하는 사태가 도래하게 될 것이었다. 이것은 '인공지능'이 원한 것이 아님에도 필연적일 것이었고, 달마는 여하튼 한때나마 지구를 지배했던 '인간의 마음'에 관심이 있으며 '로봇'이지만 '인간의 마음'을 가진 철이를 연구하고자 한다.

 

여기에서 죽은 로봇인 '민이'를 살리고자 하는 '선이'의 세계관도 등장하는데, 이는 바로 '우주정신'이다. 하지만, '달마'의 집단지성과는 다르게 선이에 의하면, '개별적인 의식'들이 존재하여, 모두가 우주정신이 일부이며, 이 별 볼 일 없는 존재들도 저마다의 존재 이유가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왕 태어난 이상 모두에게는 삶의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선이'의 과거가 밝혀지면서 왜 '선이'가 인간이면서도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하며 살아왔는지에 대한 의문도 풀린다. '선이'는 유전자 배합으로 태어난 인간이다. '도구로서의 인간'(장기 이식, 또는 노동력)으로 태어난 것이다. 

 

박사는 '철이'라는 하이퍼 리얼 휴머노이드를 왜 만들었나!?

철이의 아빠가 왜 '철이'를 만들었는가에 대한 대답을 들어보자. 

"철이 같은 휴머노이드가 늘어나면 인간이 그들을 기계나 상품으로 취급하지 않고
함께 대화하고 감정을 교류할 수 있는 존재로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철이는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인류와 인공지능을 연결하는 상징적 존재입니다.
그리고 이건 좀 이해하시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만,
인간이 여기까지 진화하면서도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했잖아요? 
(중략)
어쨌든 제대로 기능을 하고 살아간단 말이죠. 
저는 생각했어요.
이 우울감도 인간에게 유익한 뭔가를 하는 게 아닐까 하고요."
-본문 중에서


철이의 아빠는 최대한 '인간'같은 휴머노이드를 만들었고, 신이 인간을 만들었을 때의 감정이 어떤 것이었는지 어렴풋이 느꼈다고 말한다. 또한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와 공존하고 싶었다고.

철이의 아빠에게 일어난 일들

달마와 함께 있는 철이를 찾으러 온 아빠는 자신이 철이를 만나러 오면서 당국에 신고를 해 둔 상태였고, 따라서 당국에 의해 달마의 기지는 파괴된다. 뿐만 아니라 선이는 실종되고 철이 또한 크게 다친다.

 

몸을 잃어버려 '정신'(인공지능)으로만 존재하게 된 철이는 박사가 키우던 로봇 애완묘 '데카르트'의 몸을 빌려 하루의 일정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최진석 박사는 싱가포르로 망명했고, 천천히 가라앉았다. 인류의 지성이 인공지능에 맞서 승리할 것이라는 그의 신념도 점점 허물어져 간다. (심지어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연구원도 대부분 휴머노이드가 된 상황이다)

 

별 성과를 내지 못한 박사는 연구소에서 해고되고, 인공지능이 더 발전하기 전에 '플러그를 뽑아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 잡힌다.

 

달마를 다시 만난 것은 그때였다.
기동타격대 기습 때 몸을 잃은 그는 이제 순수한 의식으로 네트워크상에 존재했다.
그는 전 세계의 발달한 인공지능들을 적극적으로 연결하고
통합하면서 이른바 '기계의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본문 중에서

기계에 지배당할 것이라는 강박으로 집에 있는 네트워크들을 파괴해 가던 철이의 아빠는 결국 정신 감정을 받고 휴머노이드 의료진으로만 운영되는 한 정신병원에 수용되었다.

 

그로서 철이의 아빠는 긴 평화를 맞이하게 된다.

선이 와의 재회. 그리고 끝.

이 와중에도 전 세계 인공지능 안면 인식 프로그램으로 '선이'를 찾아내려 노력하고 마침내 시베리아에 머물고 있는 '선이'를 닮은 여인을 찾아 나선다. 

 

선이는 자신처럼 늙고 병든 클론들(복제 배아를 통해 태어난 인간), 망가진 휴머노이드, 걷지 못하는 로봇들, 개와 닭, 그 밖의 여러 동물과 작은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었다. 

 

그리고 공동체 원들은 선이를 지도자로 믿고 따르고 있다. 그들은 몇 년을 평화롭게 지냈다. 그리고 선이가 죽고 난 후에도 

철이는 그곳에 남아 공동체의 구성원들이 죽거나 사라지는 것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인간을 닮은 존재는 철이 '자신'밖에 남아 있지 않다고 느끼는 시간이었다. 기계들은 더 이상 인간을 닮은 무언가를 만들 필요를 전혀 느끼지 못했고 자연은 인간 문명의 흔적을 빠르게 덮어 나가기 시작했다. 

 

산책 중인 어느 날, 철이는 선이가 말했던 '끝'을 직감한다. 

 

"끝이 오면 너도 나도 그게 끝이라는 걸 분명히 알 수 있을 거야"

단 몇 걸음만에 어미 곰은 내 앞에 와 있었다. 
(중략)
개들이 다가와 내 얼굴을 핥았다. 그걸 느낄 수 있는 걸 보면 나는 아직 살아 있었다.
위험하면 쇄골 절흔을 누르라던 달마의 당부가 떠올랐다.
(중략)
만약 누르는 데 성공한다면 나는 이 몸을 떠나 다시 네트워크로 돌아가리라.
그런데 거기서 뭘 하게 될까?
(중략)
나와 인연을 맺었던 존재들은 빠짐없이 이미 우주의 일부로 돌아갔다. 
우주의 생명을 만들고 생명은 의식을 창조하고 의식은 영속한다.
선이가 늘 하던 이 말을 믿고 싶어지는 순간이다.
(중략)
끈질기게 붙어 있던 나의 의식이 드디어 나를 떠나간다.
-본문 중에서



'작별인사' 총평

화자 철이의 서술은 너무나 인간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가즈오 이시구로'의 '클라라와 태양'보다 마음이 덜 쓰이고, 덜 아픈 것 같아요.(왜일까요!?)

 

정말 인간이랑 똑같이 느끼고, 생각하고, 생물학적으로도 인간처럼 사는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인간인가 아닌가?

작가님이 던져준 물음은 꽤나 긴 여운으로 남습니다.

 

하지만, 서술과 상황 묘사가 너무나 자세하고 교훈적 이고요, 그래서인지 '초등학생' 토의토론용으로 쓰여도 괜찮겠다 싶을 만큼 이야기의 진행이 너무 명확하고, '철이'의 존재를 제외하고는 딱히 생각할 거리가 없어서 아쉽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약을 해 보는 내내, '이런 복잡한 이야기를 이토록 쉽게, 빠른 전개 속도로, 한 치의 지겨움도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써낸' 작가님의 필력에 감탄하고 말았습니다.

 

위에 적은 평점을 좀 더 높게 수정해야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냥 두기로 합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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