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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픽션

비행사(예브게니 보돌라스킨)- 줄거리/결말/서평

by __!!!! 2021. 6. 4.

비행사-예브게니 보돌라스킨(승주연 역, 은행나무)

 

안녕하세요, 미플릭스입니다. 오늘은 러시아 현대소설의 스타작가! '예브게니 보돌라스킨'의 장편 소설 리뷰를 해 보려고 합니다. 1964년생인 작가가 2016년, 즉 52살 때 쓴 소설인데 읽는 내내 신진 작가가 썼다고 착각했을 만큼 문장이 신선하고 이야기도 흥미로웠답니다. 

분명 젊은 작가 특유의 느낌이 있었는데, 현대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최고 작가 중 한분이더군요!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으며 깊이 있는 역사 지식, 그리고 철학적인 언어로 러시아의 움베르트 에코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요.

2주간의 독서...나머지 서평은언제...?...

1. 나만의 평점: 4.7/5( 페이지가 부담스럽지 않으시다면 무조건 추천 90%)

 

2. 간단 소개

대부분 주인공인 ‘인노켄티 플라토노프’의 일기로 이루어져 있는 소설이다. 1인칭 시점의 제약으로 이야기가 조금 답답한가 싶지만, 거의 60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 중 100페이지 정도까지만 넘기면 그 후로는 미친 듯이 속도가 붙는다.

 

주인공 ‘인노켄티 플라토노프’는 병원에 누워있는 상태이며, 그가 가진 기억은 완전하지 못하다. 어디가 아픈 것인지, 이곳이 어디인지, 심지어 몇 년도인지도 모른다.

 

‘기억 상실’ 환자라 하기엔 다소 특별대접을 받고 있는 그. 그는 자신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매일매일일기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기록하고 있다.

 

그의 몸은 그는 1900년생이고. 30대의 몸을 갖고 있지만 1999년 현재에 존재하고 있다. 어떻게 된 일일까!?

(스포를 방지하기 위해 여기까지만 소개 합니다. 책을 읽으실 분들은 뒤로 가기를 부탁드립니다.)

 

책의 저작권은 은행나무 출판사와 작가에게 있습니다.

최대한 스포 방지를 위해 <더보기>기능을 활용하였습니다.

 

 

 

'비행사' 줄거리/결말 정리

인노켄티 플라토노프는 점차 기억을 되찾아 가지만, 1900년생인 자신이 왜 1999년에 있는지 의아하다.

 

그의 주치의 가이거와의 대화를 인용해 보자. (p.158)

 

 

“만약 제가 제대로 이해하는 거라면,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지금까지 해동을 해서 다시 살려낸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는 말씀이시죠?”

“사례가 있습니다”
그는 대답한다.
“설마 노랑 개코원숭이인가요?”
가이거는 딱하다는 듯 내 얼굴을 보더니 다소 조심스럽게 말한다.
“선생님 말입니다.”

 

 

그렇다. 인노켄티 플라토노프는 구소련 체제하에 감옥에 수감되어 있었으며 ‘냉동 실험의 마루타’였다. 그 당시 총살형냉동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만 했고, 이러나저러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죽기 직전의 처우가 좀 더 좋다는 이유로 냉동되어 죽기를 선택했다.

 

하지만 그는 ‘살아서’ 깨어났다.

 

80년의 시간 동안 냉동되어 있었던 그는 놀랍도록 멀쩡하고 건강한 상태까지 회복되었다.. 예수의 부활과 비견될 정도의 성공적 해동은 큰 이슈가 되었고 단숨에 유명인이 된다.

 

인노켄티는 첫사랑이었던아나스타샤100살에 가까운 나이로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를 찾아가지만 아나스타샤의 생명의 빛은 거의 꺼져가고, 그 대신 젊은 시절 아나스타샤와 꼭 닮은 손녀 ‘나스챠’‘나스 챠’를 만나 운명처럼 사랑에 빠진다.

 

그는 생각한다. ‘아나스타샤와 ‘나스챠’‘나스 챠’를 동시에 사랑하는 것이라고. 이렇듯 그의 몸은 1999년에 있지만, 그의 마음과 기억은 여전히 두 시대에 모두 존재하는 것이다.

 

소설은 플라토노프의 기억을 통해 1900년대 초, ‘볼셰비키정권 아래 러시아의 상황을 보여준다.

 

인노켄티가 냉동되기 전 과거의 사건을 잠시 정리해보자.

 

첫사랑인 아나스타샤의 아버지가 공산당에 끌려가 부당하게 총살당하고,, 죄 없는 사람(아나스타샤의 아버지)을 밀고한 이웃 자레츠키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다..

 

그리고 플라토노프자레츠키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되었으며 고문과 힘든 수감생활 끝에 냉동된 것이었다.

 

나스챠는 '인노켄티'의 아이를 가졌고, 인노켄티는 자신에게 있는 80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수 없이 많은 책을 읽는다. 종종 언론 인터뷰를 하고 광고도 찍는다.(스타가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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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독자가 예상할 수 있듯ㅜㅜ) 순탄한 삶이 계속 이어지지 않는다. 그는 종종 다리에 힘이 풀려 넘어진다거나 방금 전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MRI 검사 결과 그의 세포는 빠른 속도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원인’을 알 수 없게 멀쩡하게 깨어난 만큼, 또다시 ‘원인’을 모른 채 죽어가는 것이다.

 

자신이 죽을 것이라는 걸 그는 알고 있다. 태어날 자신의 딸에게 본인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최대한 글을 남기려 한다. 급기야는 ‘나스챠’‘나스 챠’와가이거에게도 함께 글을 써 달라며 종용한다.

 

최대한 많은 것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마지막 희망을 걸고 뮌헨으로 치료를 받으러 가면서 그는 자신이 누명을 쓴 자레츠키 살인 사건에 대해 ‘나스챠’와 가이거에게 가설을 세워 보자고 말한다.

 

하지만 ‘나스챠’는 알고 있다. 자레츠키’를 죽인 사람은 ‘인노켄티’ 자신이라는 것을. 과거의 인노켄티가 사랑하는 아나스타샤를 위해 복수를 계획했던 것이다.

 

‘인노켄티 플라토노프가 타고 있는 뮌헨발 비행기는 랜딩기어의 고장으로 추락을 앞두고 있다. 그는 곧 죽을 것이다.

(P.569)
“뭘 그렇게 열심히 쓰세요?”
“사물과 감정 등을 묘사하고 있어요. 사람들도요. 요즘 저는 매일 제 기억 속에 있는 것들이 사라지기 전에 제가 기억하는 것들을 적고 있어요.”
“그러기에는 신이 창조한 이 세계가 너무 거대하지 않을까요?”

“각자 자신이 속한 세계 즉, 이 세계의 일부를 적으면 됩니다. 하긴, 꼭 그 세계의 일부가 작다고만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요. 넓은 시야는 언제든 확보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를테면요?”
“비행사처럼요”

 

기억하고 싶은 밑줄들

(p.400)

지금은 사실 모든 사람이 자유로운 삶을 누리고 있는 듯한데, 그들은 뭔가 불만이 있는 표정들을 짓고 있잖아요! 저는 자유가 주어지면 기뻐할 거라 생각했거든요.”

 

그러니까 자유롭지만 슬픈 삶을 사는 것보다는 유토피아에서 행복한 삶을 사는 편이 더 나은 거네요.” 나스챠가 말했다.

 

(p.480)

그리고 낮에 플라토노프는 텔레비전을 보면서 갑자기 이런 말을 한다.

어떻게 드라마나 멍청한 쇼나 광고 같은 데에 소중한 단어들을 낭비할 수가 있지? 우리가 쓰는 단어는 삶을 묘사하라고 있는 거라고. 아직 표현되지 못한 것을 표현하는 데 쓰라고 있는 거란 말이오, 내 말뜻 이해해요?”

 

(p.525)

죽음을 영원한 이별로 보면 안 돼요. 죽음은 잠깐 헤어지는 거라오.”

그리고 그는 잠시 침묵했다.

망자에게는 시간 자체가 없으니까.”

망자에게라. 마치 터널 안에 부는 틈새 바람같이 들린다.

 

그럼 남은 사람 에게는요?? 남은 사람에게는 시간이 있잖아요.”

그가 미소를 지었다.

기다리는 동안 뭐라도 하면 되잖소?”

 

소설 비행사 총평

제목 '비행사'는 주인공의 어렸을 적 꿈이자, 시간을 뛰어남은 자에 대한 메타포입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비행장 위를 나는 비행기 쇼를 관람했던 그는 '비행사'라는 단어가 주는 울림, 그의 자유로움에 매료되었었죠.

 

하지만, 비행이라는 것이 상승과 동시에 하강을 하는 필연성을 지닌 행위이고, 이는 이 소설의 끝 부분에서 '실제 비행기'와 함께 그의 삶의 마지막을 그려내는 장치로도 쓰입니다.

 

등장인물이 '인노켄티 플라토코프' 의사인 '가이거' 연인인 '나스챠'로 굉장히 단순하기 때문에 러시아 작품의 최대 장벽 '인물 이름 외우기'가 없어, 누구에게나 추천해 드리고 싶은 소설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도 요즘은 '죽음'이라는 것이 참 멀지 않다,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시는 지요? 우리는 내일일지도 모르는 죽음을 기다리는 동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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